mRNA 꼬리에 관한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님의 최근 논문 설명입니다~
(원문)
단백질과 세포의 운명 결정자, 전령RNA(mRNA)
고혈압 환자와 마라톤 선수의 공통점이 있다. 심장이 일반 사람보다 크다는 것. 두 사람 모두 커다란 심장을 가졌다는 조건은 같다. 하지만 건강 측면에서 결과는 다르다. 고혈압 환자는 심장마비를 앓을 가능성이 크지만 마라톤 선수는 대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산다. 이유가 무엇일까. 심장만 들여다봐서는 정확하게 답하기 어렵다. 유전정보가 답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현상에서 DNA는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창고와 같다. DNA는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각 세포가 기능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단백질을 합성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메신저, ‘전령RNA(messengerRNA, 이하 mRNA)’다. mRNA는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복사해 단백질로 전달하는 핵심 매개체다.
단백질 생성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세포 핵 안에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 DNA의 설계도(유전정보)가 mRNA로 옮겨진다. 이를 전사(Transcription) 과정이라 한다. 전사를 거친 mRNA는 유전정보를 그대로 복사해 핵 바깥 세포질에 있는 리보솜으로 쏙 들어간다.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합성공장 리보솜에 mRNA가 안착해 있으면 운반책이 도착한다. 운반RNA(transferRNA, tRAN)가 mRNA의 염기서열에 맞는 아미노산을 가져와 이어 붙이면 단백질을 만드는 전 과정이 끝난다. 구슬을 엮어 목걸이를 만들 듯 리보솜에서 mRNA의 염기서열대로 아미노산을 꿰어 단백질을 만드는 셈이다. 정리하면 전사와 번역 과정을 거쳐 생명활동에 필요한 복잡한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이다.
생명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기계를 움직이는 가장 작은 단위는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조직, 세포, 단백질, DNA, RNA를 거쳐 mRNA까지 생명현상의 미세세계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mRNA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꼬리’가 아주 중요한 단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mRNA에 달린 꼬리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꼬리를 잡으러 떠나보자.
단백질과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존재, mRNA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달자에 따라 청중의 이해도와 반응이 달라지는 것처럼 유전정보를 담고 mRNA에 따라 단백질과 세포의 운명이 바뀐다. mRNA가 전달하는 메시지인 유전정보는 염기 종류와 길이로 표현된다.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네 가지의 염기로 이뤄져 있는 반면 RNA는 티민 대신 우라실(U)이라는 염기를 가지고 있다. 유전정보는 이 염기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엄청나게 긴 족자처럼 늘어져 있다.
인간 게놈 지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단백질은 DNA의 유전정보로만 결정되고, 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단순히 복사하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시간이 흘러 과학자들에 의해 RNA도 독자적으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는 게 밝혀졌다. 현재까지 보고된 RNA 변이 현상만 1,800가지가 넘는다. RNA의 변형은 전사 과정에서 DNA에 없던 변이가 새롭게 생기거나 염기의 순서가 바뀌는 방식으로 발생한다. 문제는 RNA만의 잘못된 변이가 이상 단백질을 합성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RNA 자체가 변이를 일으킨다면 DNA만으로 인체의 유전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mRNA가 지닌 아데닌 꼬리의 길이는?
세포의 신호전달부터 유전자 발현까지, 생명 활동의 핵심이 되는 물질 mRNA는 세포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DNA에 보관된 유전정보를 단백질로 전달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RNA와 DNA의 사이, 유전정보와 생명활동의 사이를 연결하는 게 바로 mRNA인 셈이다. mRNA가 본연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선 성숙 과정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mRNA 뒤쪽 말단에 ‘아데닌(A)’으로 구성된 AAAA….로 길게 늘어선 꼬리를 갖는 것이다.
긴 아데닌 꼬리는 mRNA의 역할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세포질 내에서 mRNA가 쉽게 잘리지 않도록 분해를 막고, 리보솜이 효율적으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도록 번역을 촉진시킨다. 진화발생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동물의 난모세포나 초기 배아에서 세포 발달에 필요한 유전정보가 대부분 모계 mRNA를 통해 단백질로 번역되는데 아데닌 꼬리가 초기 배아에 필요한 단백질 생산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데닌 꼬리가 mRNA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만큼 세계 여러 연구 그룹은 꼬리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기존의 염기서열분석기로는 아데닌 꼬리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긴 아데닌 꼬리는 아데닌만 연속적으로 길게 구성되어 있어 신호가 반복적으로 나와 깨끗하게 분석하기 어렵고, 세포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mRNA의 양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꼬리가 길면 측정되는 법, TAIL-seq 개발
그런데 지난 2014년 3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이 긴 아데닌 꼬리 측정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몰레큘러 셀(Molecular Cell)’에 게재되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은 긴 아데닌 꼬리 길이와 꼬리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을 마치 문자 하나하나 해독하듯 분석할 수 있다. 유전체 전체 수준에서 긴 아데닌 꼬리를 정확히 잴 수 있고, mRNA의 특성을 대규모로 사진 찍듯 분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의 이름을 ‘꼬리서열분석법(TAIL-seq)’로 지었다. 꼬리서열분석법을 다양한 세포나 조직에 적용할 경우, 기존 연구방법으로는 알 수 없었던 생명 현상을 해석할 수 있다.
IBS RNA 연구단이 개발한 분석법의 핵심은 길잡이인 어댑터와 꼬리 2방향 읽기에 있다. mRNA에 꼬리 어댑터를 뒤 쪽에 붙이고 mRNA의 염기 서열 중 구아닌 뒤를 임의 절단한 후, 앞부분에 어댑터를 추가로 붙인다. 어댑터가 붙은 RNA는 DNA로 전환된 후,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기에서 형광신호 분석을 통해 각각의 긴 아데닌 꼬리가 측정된다. (사진 : IBS)
연구팀은 아데닌 꼬리에서 반복되는 아데닌으로 인해 서열 분석이 명확치 않은 점을 보완하고자 분석 도중 나오는 형광 신호를 기계적 학습법으로 분석해 꼬리 길이를 측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자궁경부암세포주와 생쥐의 섬유아세포 내 mRNA 꼬리의 시작과 끝에 어댑터를 붙였다. 어댑터는 화학적으로 합성된 핵산 조각으로 이미 알고 있는 서열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어댑터를 붙인 다음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기에 꼬리를 머리부터 순서대로 읽는 정방향과 꼬리부터 순서대로 읽는 역방향, 총 2번을 읽게 했더니 꼬리 길이는 물론 꼬리의 말단 염기서열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꼬리서열분석법은 기존 연구 방법으로는 알 수 없었던 생명 현상을 해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실험결과, mRNA 꼬리는 성숙 과정 중 아데닌 200개 정도가 이어져 기능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측정해보니 60~70개로 훨씬 짧게 나타났다. 기존에 알려졌던 길이에 비해 1/3밖에 되지 않는 것. 또 아데닌 꼬리 길이는 mRNA의 분해 속도와는 연관성이 있었지만 단백질 번역 효율과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mRNA 빠르게 분해되는 현상과 세포 주기에도 아데닌 꼬리가?
BS 연구진이 개발한 꼬리서열분석법이 학계의 주목을 끈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알져지지 않은 mRNA의 분해 과정에 숨겨진 유리딘화 과정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성숙 과정을 거쳐 긴 아데닌 꼬리를 갖게 된 mRNA는 맡은 일을 다 마치면 아데닌 꼬리가 짧아지면서 잘게 분해돼 결국 산화한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아데닌 꼬리가 짧아진 mRNA 끝부분에 유리딘(우라실(U)에 당(리보오스)가 결합된 것) 꼬리가 생기면서 mRNA가 더욱 빠르게 분해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AAA로 끝나는 mRNA 염기서열 끝에는 UUU가 달라붙는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분해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던 중 ‘TUT4’와 ‘TUT7’ 두 효소에 집중했다. 실험으로 두 효소를 인위적으로 제거했더니 mRNA에서 유리딘 꼬리가 사라지며 분해가 느려진 것을 관찰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짧은 아데닌 꼬리와 긴 아데닌 꼬리 뒤에 붙는 염기가 다르다는 것도 관찰했다. 짧은 아데닌 꼬리 뒤에는 특히 유리딘이, 긴 아데닌 꼬리 뒤에는 구아닌이 자주 붙었다. 연구팀은 유리딘 꼬리는 mRNA의 분해를, 구아닌 꼬리는 mRNA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mRNA의 분화와 안정화를 두 염기가 조절하는 것으로 보았을 때, 유리딘화 연구가 유전자 조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IBS 연구팀은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결정적 요인이 단백질이 아닌 mRNA의 아데닌 꼬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세포 주기에 따라 mRNA 아데닌 꼬리가 달라지는 현상을 확인한 것. 세포 주기는 크게 간기와 분열기로 나뉘는데 세포 주기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의 mRNA 아데닌 꼬리가 세포의 분열기에 20개 이하로 짧아지면서 번역이 감소함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유전자들의 단백질 번역이 감소해야 다음 주기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빛내리 단장은 “2016년 5월 몰레큘러에 실렸던 이 결과는 세포 주기와 관련된 여러 질병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며 “향후 mRNA에 결합하는 단백질이 세포 주기 조절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RNA 아데닌 꼬리에 사실은 다른 염기들도 있었다
최근에도 IBS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mRNA의 분해를 막는 ‘혼합 꼬리’의 기능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순수하게 아데닌 꼬리만으로 구성되었다고 여겨졌던 아데닌 꼬리에 우라실이나 구아닌이 혼합되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mRNA의 생애와 유전자 조절에 관한 새 이론을 제시한 이 연구는 올해 7월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꼬리서열분석법을 적용해 혼합꼬리의 존재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사람의 세포뿐만 아니라 개구리와 물고기의 태아세포에서도 혼합 꼬리를 발견해, 혼합 꼬리가 다양한 종에서 진화적으로 보존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아데닌 꼬리 말단에 혼합 꼬리를 추가하는 역할은 TENT4A와 TENT4B 두 가지 ‘리보핵산 말단 변형 효소(TENT4)’가 수행한다. TENT4A와 TENT4B 효소를 제거하자 mRNA 분해가 촉진되었다. 혼합 꼬리는 아데닌만으로 이루어진 긴 아데닌 꼬리에 비해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mRNA의 분해를 막아 보호하고, RNA의 수명을 늘린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로 아데닌 꼬리 길이만 중요한 요소라고 여겼던 학계의 생각이 또 한 번 바뀌었다. 아데닌 꼬리 길이가 같더라도 구성(질적인 정보)이 다를 수 있고, 혼합 꼬리가 순수한 꼬리보다 더 느리게 분해된다는 사실은 혼합 꼬리를 mRNA에 추가하면 분해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혼합 꼬리가mRNA를 보호하는 메커니즘은 꼬리 변형을 통해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고, RNA를 이용하는 유전자 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꼬리가 길면 결국 잡히는 법. mRNA가 지닌 긴 아데닌 꼬리는 결국 IBS 연구진이 개발한 꼬리서열분석법(TAIL-seq)에 붙들려 하나, 둘 생명현상의 새로운 비밀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데닌 꼬리와 혼합 꼬리, mRNA의 운명을 결정짓는 이 꼬리들이 가진 또 다른 비밀들은 무엇일까?
꼬리를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IBS 연구진들에게 응원을 보내보자. 꼬리만으로 학계를 놀라게 했듯 우리를 놀라게 만들 것만 같다.
성숙한 mRNA는 긴 아데닌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꼬리는 mRNA의 분해를 막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도움을 준다. 긴 아데닌 꼬리가 탈아데닐화 효소에 의해 짧아지면서 mRNA의 분해가 일어나게 되는데, mRNA에 붙은 혼합 꼬리는 아데닌 꼬리 제거 과정을 방해한다. 그 결과, mRNA의 분해가 억제되어 안정성이 높아지고 결론적으로 혼합 꼬리는 mRNA의 생존에 기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