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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는 ‘2017 유전자변형생물체 주요 통계’를 발표했다. 유전자변형 생물체(GMOGenetically ModifiedOrganism)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적용된 생물체다.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수입이 승인된 GMO는 총 960만톤(t)에 달한다.

같은 날 일본에서는 가장 진보한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Cas9’ 기술을 적용한 ‘유전체교정 생물체’를 기존 GMO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불과 한달 전 유럽 사법재판소가 유전체교정 생물체도 GMO 규제를 따라야 한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국내 연도별 GMO 수입량 추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제공

 

 

GMO는 이미 우리 식탁에서 배제하기 어렵다. 생명연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수입 승인된 GMO 960만톤 중 24%는 식용으로 수입됐다. 전체 수입량의 87.6%(841만톤)는 옥수수가 차지했고 대두(104만톤), 면화(15만톤)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조만간 유전체교정 생물체도 가세할 기세다. 가뭄에 강한 옥수수, 글루텐 없는 밀, 크기를 늘린 토마토 등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유전체교정 작물에 대한 연구와 성과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처럼 GMO와 유전체교정 생물체를 바라보는 시각과 규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엇갈리고 있다.

◇ 외래 유전자 접목 vs 특정 유전체 교정의 차이

작년 초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식물연구팀의 김혜란 박사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대두에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올레산’을 늘리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인 ‘FAD2’를 교정하는 데 성공하고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이처럼 생물체 내에 특정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교정하거나 편집, 잘라내어 새로운 특징을 부여하는 기술이다. 김 박사의 연구처럼 올레산 함유량을 높여 식용으로 이용할 경우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두를 개발한 것이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체교정 작물이 자체적으로 지니는 유전자를 교정한다면 GMO는 외부 유전자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해충이나 잡초, 바이러스 등 작물 수확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을 없애기 위해 이들에게 강한 유전자를 외부에서 주입해 저항성을 키우는 방식이다.

◇ GMO 안전성도 여전히 논란…유전체교정 규제도 제각각

GMO를 먹는 경우 인체에 해로운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GMO를 식용으로 써도 문제없다는 주장과 아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국내에서는 이 논란이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변경으로 옮겨붙었다. GMO 작물을 원재료로 사용한 식품 완제품에 GMO DNA 혹은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아도 GMO 사용 여부를 표기해야 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지난 5월 열린 GMO완전표시제 관련 토론회. /아이쿱생협 제공.

 

 

해외 선진국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이미 유전체교정 생물체에 대한 규제 방향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유럽이 GMO 규제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일본은 GMO규제에서 유전체교정 생물체를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유전체를 편집하거나 교정한 뒤 최종적으로 생물체에 ‘외래’ 유전물질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쪽으로 논의가 기울고 있다. 하지만 유전체교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허가 당국에 밝혀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미국도 일본과 유사한 입장이다. 외래 유전자가 주입되지 않은 유전체교정 생물체는 GMO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뉴질랜드는 유럽처럼 유전체교정 생물체를 GMO와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쪽이다.

김상규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위원은 “외부에서 DNA를 직접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GMO와는 차별되지만 유전체교정 작물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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