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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수소 가스로 1캐럿 합성 성공, 가격은 10~15%에 불과
LED·태양전지 가공에도 적용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 기업인 영국 드비어스 그룹은 지난달 29일 “오는 9월 인공 합성 다이아몬드를 주축으로 한 새 보석 브랜드 ‘라이트박스(Lightbox)’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하 광산이 아닌 공장에서 합성한 다이아몬드를 보석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과거 공업용으로 합성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보석용으로 대량 생산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드비어스는 라이트박스 브랜드를 통해 천연 제품의 10~15% 수준의 저가 다이아몬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전 세계 보석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1캐럿(1캐럿은 보석 200㎎ 질량에 해당)을 800달러(한화 85만원)에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1캐럿 다이아몬드는 최대 8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인공 다이아몬드가 보석 시장에까지 진출한 것은 최근 고순도의 인공 다이아몬드 합성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합성은 이전에도 몇 차례 성공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공업용에만 쓸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고, 천연 다이아몬드와 경쟁할 만큼 품질이 뛰어나지 않았다. 대량 생산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합성 다이아몬드는 보석 전문가들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천연 다이아몬드와 똑같은 수준까지 발전했다. 지하 깊은 곳에서 수십억 년에 걸쳐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공장에서 수주일 만에 합성될 수 있는 걸까.
◇ 탄소 기체나 흑연 결정 이용해 합성
인공적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기술로 나뉜다. 탄소 덩어리인 흑연을 압착해 만들거나, 작은 다이아몬드 결정에 탄소 기체를 쏘아 큰 결정으로 자라게 하는 방법이 있다. 모두 천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환경과 비슷하게 고온·고압 상태에서 합성한다.
드비어스가 이번에 출시할 예정인 저가 인공 다이아몬드는 고온·고압에서 탄소 기체를 이용하는 기술로 합성한다. 이 기술은 최근 영국 연구진에 의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다. 영국 카디프대 올리버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4일 실험실에서 메탄과 수소가스를 이용해 일주일 만에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작은 다이아몬드 결정을 진공 상태의 합성 용기에 넣고 메탄과 수소 가스를 주입했다. 이 결정은 큰 다이아몬드를 만들기 위한 ‘씨앗’ 역할을 한다. 용기 내부는 질소 기체 등 불순물을 100% 제거했다. 연구진은 용기 내부를 섭씨 3000도까지 올려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자 메탄가스가 순식간에 분해되면서 탄소 원자가 튀어나와 다이아몬드 씨앗에 결합했다. 이 씨앗은 시간당 0.006㎜의 속도로 탄소 결정으로 자랐다. 같은 과정을 반복한 결과, 일주일 만에 보석으로 쓰일 수 있는 양의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인공 합성은 1955년 미국 GE 연구소에서 처음 성공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 4개가 모인 정사면체가 상하좌우로 끊임없이 반복된 구조이다. 용암이 뿜어져 나올 때 엄청난 압력과 온도에서 탄소 원자들이 이 구조로 뭉쳐진다. GE는 이 과정을 모방했다. 당시 흑연과 금속 촉매를 약 7만5000기압(1㎠에 75톤의 무게가 누르는 힘)과 1700도 이상의 고온에 가둬 합성했다. 흑연은 탄소 원자들이 정육각형으로 연결된 형태인데 고온·고압에서 다이아몬드 결정 구조로 바뀌었다. 이렇게 만든 1㎜ 이하의 다이아몬드 결정은 주로 공업용 연마재로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일진다이아몬드가 199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GE 방식의 인공 다이아몬드 양산에 성공했다.
◇ 전자레인지 기술로 불순물 제거
GE도 1970년에 보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투명한 1캐럿 이상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합성했다. 하지만 당시 다이아몬드는 육안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구분이 될 정도로 품질이 떨어졌다. 드비어스는 최근 탄소 기체를 이용한 합성법에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2008년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러셀 헴리 박사 연구진이 처음 개발했다.
헴리 박사는 탄소 기체에 대기압보다 5만 배 이상 강한 압력과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온을 가해 다이아몬드 결정을 합성했다. 하지만 탄소 기체가 주변의 다른 물질까지 흡수해 합성 다이아몬드는 황갈색을 보였다. 불순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고압 상태에서 다시 열을 가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을 데울 때 에너지로 쓰는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했다. 마이크로웨이브는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도 다이아몬드 결정에서 불순물이 사라지게 했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 큰돈이 들지 않자 합성 설비를 전보다 훨씬 크게 만들 수 있었다. 헴리 박사는 “합성 장치가 커지면 다이아몬드 결정의 크기도 커져 이론상 1000캐럿의 합성 다이아몬드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빛을 잘 통과시키는 물질이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보석뿐 아니라 전자부품, 레이저 발생기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건물 철거 현장에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잘라내는 데도 다이아몬드 절삭기가 쓰인다.
최근에는 인쇄회로기판(PCB),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등 정밀소재 가공에도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활용되고 있다. 미국 시티 그룹은 현재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합성 다이아몬드 비중이 2%에 불과하지만 합성 다이아몬드의 활용 분야가 늘어나면서 2030년 10%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리버 윌리엄스 카디프대 교수는 “의학용 수술 도구에서 우주항공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이아몬드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며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은 향후 천연 다이아몬드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