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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로 본 양자역학의 세계
입자 영역 띄엄띄엄 존재
신체 마음대로 조절 못해
질량보존법칙과도 어긋나
양자 세계에 갇히는 설정
사람 몸 원자 구성으로 보면
‘천억개×천억개’ 넘어 불가능

 

 

 

 

 

최근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는 몸이나 물건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행크 핌 박사 부부가 날개 달린 개미를 타고 미사일을 쫓아 바다에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내 재닛 반 다인은 원자로 이뤄진 물질인 분자보다 더 작게 몸을 축소해 미사일 속으로 들어가 수천명의 인류를 구하지만 불귀의 신세가 된다. 30년 뒤 핌 박사는 ‘재닛이 양자역학의 세계에 갇혔을 수 있으니 양자터널을 통해 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딸 와스프와 함께 찾아 나선다. 그때 이들을 돕는 앤트맨이 장자의 ‘호접몽’처럼 꿈속에서 재닛과 통신하는 기묘한 체험을 하며 이들은 재닛의 존재를 확신한다. 하지만 어려서 화재로 원자가 불안정해져 유령이 된 에이바가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가방 크기로 줄어든 핌 박사의 연구소를 훔쳐 달아난다. 이때 앤트맨은 개미만큼 작아지기도 하고 20m 거인이 되기도 하고 생각만으로 개미떼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연구소를 되찾아오는데···.

이 영화는 원자나 분자, 그보다 더 작은 입자의 운동과 에너지를 연구하는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과학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현한다. 다만 물리학적으로 비현실적 설정도 많아 ‘상상과 과학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우선 몸이나 물건 크기를 조절하는 것은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원자 내 텅 빈 공간을 압축하거나 늘려 마술을 부린다고 볼 수 있다. 원자는 원자핵이라는 양의 전하를 띤 입자와 그 주변을 도는 음의 전하를 띤 전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핵은 원자의 10만분의1이며 전자는 아예 크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작다.

수소 원자핵을 농구공에 비유하면 전자는 10㎞ 밖에서 움직이는 꼴이다. 이런 원자 속 공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 물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영화의 논리지만 그 공간이 많아도 양자세계에서 입자가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은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특정한 양으로 정해진 것을 양자라 하는데 에너지가 정해져 있는 공간 이외에 입자는 존재할 수 없다. 이른바 양자동공이다. 몸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될 수는 없는 셈이다.

몸이 작아져 원자핵이 쪼개지거나 합쳐질 때처럼 질량도 줄어들었다고 해도 방출 에너지를 가둬두지 않으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 몸이 작아져도 세포 수는 그대로인데 내부 압력이 커지고 먹는 양에 비해 피부를 통해 많은 열이 빠져나가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추가로 얻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솜뭉치를 꾹꾹 눌러 압축해도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질량이 유지되는 것처럼 날개 달린 개미에 사뿐히 올라타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재닛이 양자세계에 갇혔다가 수십년 뒤 구출되는 것 역시 사람 몸이 ‘1,000억개×1,000억개’ 이상의 원자로 돼 있는 상황에서 있을 수 없다. 방사능 원리처럼 원자핵 내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묶인 채로 갇혀 있다 열을 받아 튀어나오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김상욱의 양자공부’의 저자인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전자는 파동을 갖고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는 전자기력이 작용해 단단한 구조를 이루며 만물이 형체를 유지하는데 파동의 크기는 정해져 있어 앤트맨의 설정은 비과학적”이라고 설명했다. 입자 간 거리를 한없이 줄일 수 있는 영화 속의 ‘핌 입자’라는 게 실존한다면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양자터널을 통해 재닛을 구하는 설정도, ‘터널링’ 자체는 USB에 전자를 넣었다가 전압을 가해 정보를 뽑는다든지 할 수 있으나 사람을 구해오는 것은 터무니없다. 앤트맨이 꿈속에서 재닛과 교신하는 것도 양자얽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나 역시 현실에서는 안 된다. 양자얽힘은 두 개의 통 속에 빨간 공과 파란 공을 각각 넣을 때 하나를 확인하면 다른 쪽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원리로 양자정보통신과 양자컴퓨터의 토대가 된다. 핌 박사가 재닛을 구하려고 양자세계로 들어갔을 때 몸에서 분신처럼 여러 상태가 보이는 것은 양자물체의 중첩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에이바가 순간이동을 하거나 벽을 그냥 통과하는 것은 방사능처럼 일부 원자는 가능하지만 사람은 빛보다 빠른 이동이 안 된다는 점에서 불가능하다. 김 교수는 “양자역학 개념을 놓고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은 창의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빌딩이나 차를 조그맣게 줄여 들고 다니는 것도 에너지보존법칙·질량보존법칙에 위배된다. 최기운 기초과학연구원(IBS) 순수물리이론연구단장은 “원자핵의 크기와 질량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원자 크기는 전자질량과 전자기력의 세기에 의해 결정되고 분자 크기 역시 전자기력의 결과로 나타난다”며 “질량이나 기본힘의 강도를 바꾸지 않고 크기만 바꾸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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